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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있는 e-paper기반의 리더들이 앞다투어 출시되고, 아이패드와 같은 스마트패드가 강력한 콘텐츠소비수단으로 등장하면서 전자책 시장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킨들을 앞세운 아마존이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국내 전자책시장은 이해관계자들간의 수익배분, 종속적인 DRM정책으로 인한 호환성 부족 등 시장활성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산재해 있어 발전속도가 더딘것이 사실입니다.



살 것도 없고, 그나마 있는건 가격이 비싸고.

전자책 시장에서 대두되는 문제들 중 많은 분들께서 지적해주시는 요인 중 자주 언급되는 부분이 '킬러콘텐츠(베스트셀러)의 부족'과 '구매력을 저하시키는 비싼 가격'입니다.
특히, 전자책을 구입하시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전자책은 제작원가가 현저히 줄어들 것 같은데, 종이책가격의 절반이나 받는 이유가 뭐냐?"라고 생각하실 수 있고, 실제로 비슷한 질문도 여러번 받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종이는 책에서 차지하는 원가의 극히 일부분"이라는 변론을 해주시곤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출판사의 실제 사례를 통해 '전자책의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절반 가격도 낮다! - 출판사의 관점.

먼저, 모 출판사에서 최근 출간한 단행본을 통해 책의 가격구성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분야 : 실용서
  • 정가 : 13,000원
  • 공급가 : 7,800원(정가의 60%)
  • 인세 : 780원(정가의 6%)
  • 제작원가(초판 2천부 제작시) : 4,700원 
  • 출판사의 권당 이익 : 3,100원(초판을 모두 판매했을 경우)
  • 유통사(온라인/대형서점)의 권당 이익 : 2,100원~4,200원(판매 할인가격 20~0% 시)

일반적으로 저자는 정가의 6~8%를 인세로 가져갑니다. 때로는 원고료 형태의 일시불 지급도 있습니다.
따라서 책이 1천권이 팔리면 78만원, 2천권이 팔리면 156만원을 인세로 받습니다. 생각보다 적죠? :)
실용서는 보통 초판의 경우 2000~5000부를 제작하는데, 이 때 디자인비용/편집비용/기획비용 등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권당 제작원가가 높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초판을 소진한 후 2쇄, 3쇄를 찍을때부터는 권당이익이 5천원에 가까울 정도로 상승합니다.


이번엔, 모 전자책 유통플랫폼에서 제시하는 권고안으로 위 단행본의 전자책을 판매했을 경우의 가격구성입니다.

  • 정가 : 6,500원(종이책 가격의 50%)
  • 공급가 : 4,550원(정가의 70%)
  • 인세 : 910원(공급가의 20%)
  • 출판사의 권당이익 : 3,640원(공급가의 80%)
  • 유통사의 권당이익 : 1,950원(정가의 30%)

두 가지 경우의 가격구성에서 보듯, 표면적으로 봤을 땐 실제로 각 이해관계자들이 얻는 수익은 비슷합니다.
그러나 전자책의 경우 숨겨진 비용이 몇 가지 숨어있습니다.


전자책 제작비용
단순히 출판도서용 화면구성을 PDF로 만든 전자책을 5인치짜리 이북리더로 보신 분들이시라면
독자들이 이질감 없이 편히 읽기 위해선 반드시 재편집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끼실겁니다.
소설류나 에세이와 같은 문학장르는 대부분 텍스트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출시되는 이북리더에서 대부분 지원하는 'Reflow'기능을 통해 가독성을 높일 수 있지만, 그림이나 사진, 도표가 많은 실용서에서는 재편집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합니다.


몇 권의 책이 판매되더라도 동일한 수익배분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종이책의 경우 2쇄 제작분부터는 제작원가가 현저히 떨어져 권당이익이 크게 높아집니다. 하지만 전자책의 경우는 몇 권이 팔리더라도 출판사는 동일한 수익을 얻게되는거죠. 
물론 이 부분은 전자책 시장이 커지고 1만권 이상 판매되는 전자책이 나오기 시작하면 옵션계약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현재의 유통구조에서는 출판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비용들로 인해 종이책 가격의 50% 수준의 전자책 가격은 출판사 입장에서 쉽게 납득할만한 수준의 가격정책은 아닙니다. 또한 매출을 중시하는 기업의 특성상, 개별단가가 낮아지는 문제 또한 민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책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는 숨겨진 비용절감요소 또한 분명히 존재합니다.



출판유통의 맹점, 위탁판매계약

출판사가 책을 만들어 도매점이나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으로 책을 공급할때, 위탁판매계약을 맺게됩니다. 쉽게 말해 출판사가 유통망에 책을 판매하는것이 아닌, 출판사 대신 책을 팔아주는 형태가 되는것이죠. 그렇다보니, 출판사가 100권의 책을 공급한다고 해도 50권만 판매되면 50권에 대한 판매대금만 지불하고 나머지 50권은 반품을 요청할 경우 반품을 받아줘야합니다.
문제는 책이라는 상품이 굉장히 trendy한 상품이다보니 1년만 지나도 상품성이 엄청나게 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위탁판매상이 반품을 요청해온 책은 몇 년이 지난 책이라도 반품을 받아줘야 하기 때문에 출판사는 이로 인한 엄청난 리스크를 부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포토샵7 가이드북'이란 책을 2000년대 초반에 출시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를 도매점이나 대형 유통망에서 판매 후 남은 재고분을 보관하고 있다가 포토샵 CS5가 나오는 현재에 반품요청을 하더라도 출판사는 당시의 공급가로 반품을 받아주게 됩니다. 그리곤 이미 시장성을 잃어 다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kg단위의 폐지로 처분할 수 밖에 없게 되는거죠.
따라서, 전자책 유통시에는 위탁판매계약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단점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에 출판사 입장에선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종이책 대비 물류비용의 절감도 기대됩니다. 종이책을 만들면 이를 저장하기 위한 재고저장 및 관리비용, 물류창고에서 유통사로 전달하는 운송료, 유통사가 판매도서를 보관할 때 발생하는 재고저장 및 관리비용, 유통사가 고객에게 책을 판매할 때 발생하는 비용(운송료, 판매인력, 포장비용 등) 등 여러 과정에서 물류비용이 발생하는데 전자책을 판매하는 경우라면 이러한 비용이 거의 들지 않게 됩니다.
물론 전자책을 판매한다고 해서 유통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유통플랫폼을 관리하고 전자책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비용이 발생하지만, 종이책에 비할 때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기 때문에 큰 폭의 물류비용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손'

개인적으로 가격결정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보이지 않는 손'이 결정한다는 '국부론'의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만큼 심플하면서도 자본시장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이론은 없는 것 같네요.
결국 전자책의 가격도 플랫폼이나 출판사의 가격정책보다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서로의 경제적 이익의 마지노선이 맞물리는 점에서 결정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출판사와 유통사 입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이라 하더라도 구매해주는 독자가 없다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다만 지금이 바로, 접점을 빨리 찾아내기 위해 시장의 변화와 독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 또한 독자들이 마땅히 구매할만한 전자책의 방향성에 대해 보다 많은 고민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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